제가 영구랜딩을 하고 현재의 직장을 잡기까지 딱 11개월이 걸렸습니다. 6월 2일에 영구랜딩을 하고 5월 4일에 일을 시작했으니까요.

그 11개월이라는 기간이 저에게는 아주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인생, 관계, 가족 등등... 지금은 어느정도 자신감이 붙었습니다만, 그래도 아직 모르는게 많습니다. 이렇게 얘기하니 좀 거창하게 보일 수도 있겠으나, 길지도 짧지도 않은 11개월간 돈은 안벌고 집구석에 쳐박혀 온종일 일자리만 찾아보고 이력서만 수정해서 제출하고 있으니 집에 눈치도 보이고 생활비 걱정도 되지요. (사실 중간에 생활비가 바닥나서 취업 직전까지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도 3개월 했었습니다.) 특히나 주변분들이 종종 "한국 이민자들은 캐네디언 회사에 취업 못해. 그러다가 거지되서 한국 돌아가는 사람 많이 봤어. 화이트 컬러만 고집하지 말고 전기나 배관 기술을 배워 보든가 해.." 와 같은 말은 저에게 정말 큰 낙담을 주었지요. 이런말을 들어가며 생활비 걱정도 하며 정말 여러번 좌절 했었습니다. 정말로 돈은 떨어져가고 얘들도 먹여 살려야 하니까요.


이 11개월간 오로지 캐나다에 취업을 해야겠다는 일념 하나로 조사하고 사람을 만나고 정보를 구하고 찾아보고 ... 정말 많은 것들을 한 것 같습니다.


참고로 말씀 드리면, 저는 취업전에 영어권 국가에서 정식으로 대학을 다녔다거나 영어를 잘한다는 소리를 들어본적이 없습니다. 그냥 저도 평범한 한국 중년 기술 이민자입니다. 아직도 우리 회사에서 저는 영어를 제일 못하는 사람입니다. 영어 못한다고 꿈을 아예 포기하지는 마세요.

암튼 이 포스트의 제목처럼 밴쿠버에서 직장을 잡으려면 일단 면접을 봐야하는데 그 면접 기회를 잡으려면 꼭 해야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1. Connection (인간 관계)

무조건 사람을 많이 만나야 합니다. 한국보다 더 인맥이나 혈연을 중요시 하는 곳이 캐나다인 것 같습니다. 이유는 잘 모르겠으나, 회사 사장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아는 사람을 통해 일할 사람을 소개 받으면 그만큼 인간적으로 믿을 수 있다는 점에서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캐나다엔 워낙 다양한 인종도 모여 있고 특이한 사람이 많거든요.


처음에 이민오면 당연히 아는 사람이 없을테니 사람 만나기도 힘듭니다. 이럴때 필요한게 이민 봉사 기관 입니다. Success, ISS of BC, MOSAIC, Options 등등. 이민오셔서 무조건 한번 찾아가서 상담을 받아보시길 권해드립니다. 정착뿐 아니라 취업에 관련해서도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니깐요. 또한 이러한 기관들을 통해 Volunteer나 무료 영어 수업 등을 신청해서 자꾸 사람을 만나야 합니다. 그리고 내가 어떤 일을 잘하고 어떤류의 직업을 찾고 있다는 것을 널리널리 알려야 합니다.

캐나다에선 내가 먼저 필요한 것을 요구하지 않으면 아무도 도와주지 않습니다.

2. Set a goal (목표 설정)

내가 캐나다에서 어떤 직장을 잡을 것인지 목표를 잘 설정하고 그에 대한 전략을 잘 세워서 계획대로 나아가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한국에서 했던 일과는 다른 것을 캐나다에서 시도해보는 것도 좋은 생각일 수 있으나 시간과 돈이 아주 많이 들고 성공할 확률이 훨씬 더 낮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캐나다 회사에서 이민자들을 뽑을때 그 이민자들의 기술과 경험을 우선적으로 보고 뽑습니다. 그 이민자들이 영어를 잘해서도 아니고 캐나다의 문화를 잘 알아서 뽑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므로, 내가 한국에서 어떤 일을 했었고, 어떤 일을 가장 잘하는지를 다시 한번 정리한 후 캐나다에서는 이와 관련된 일이 어떤 일이 있는지를 찾아서 그 직종에 대한 직업을 구하는 것이 가장 확실하고 빠른 방법입니다.

예를 들면,

저는 한국에서 오랫동안 DBA를 했었습니다. 그런데 DBA라는 직종이 캐나다에서 구하기도 힘들고 일자리도 별로 없기때문에 다른 직종(식당, 청소, 정원사 등등)을 시도해본다고 생각해보죠. 아마도 그런 일자리를 구하기도 힘들뿐더러 적성에 맞지도 않고 급여도 낮아서 적응하기 힘들게 됩니다. 또한 DBA를 했었다고 IT분야 전부를 잘 아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저도 Database는 아주 잘 알지만 Network 분야나 System Admin 분야는 초급 수준이거든요. 그런데 비슷한 IT 분야라고 해서 온갖 직종에 이력서를 물 뿌리듯 뿌리는 것은 시간만 낭비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했었다가 나중에 깨닫게 되었죠.


3. 괜찮은 이력서와 커버레터 만들기

저는 주로 구직정보를 찾을 때 Indeed.caeluta.ca , T-Net 사이트를 이용했습니다. 이 세가지 사이트가 가장 효율이 좋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내게 맞는 Job posting을 볼때마다 기존에 만들어 놓은 표준 이력서와 커버레터를 수정해서 그 Job posting에 맞추어 내가 그 Job position에 가장 적합한 인물인 것처럼 꾸며서 제출을 합니다. 물론 거짓말을 하면 안되고, 내가 가진 경험과 기술 중에서 그 Job position에 필요한 기술들을 중심으로 서술해서 이력서와 커버레터에 잘 표현을 해야하는 거죠.

그러기때문에 하나의 Job posting에 apply하기 위해 이력서와 커버레터를 수정하는 시간이 아주 오래걸립니다. 전 영어 Native가 아니거든요. 그러므로 이력서를 모든 비슷한 Posting에 물뿌리듯 뿌린다는 것은 완성도가 높지 않은 이력서를 제출할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사실 처음엔 이력서와 커버레터를 인터넷에서 찾아보고 그 샘플을 이용해서 제것을 만들었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형편 없더군요.

이력서와 커버레터 작성에 큰 도움을 받게 된 계기는 제가 두명의 멘토를 만났을때입니다. 2014년 9월경에 Success에서 Accenture와 함께하는 취업 멘토링 프로그램에 참가를 했었는데(4주 프로그램이고 1주일에 1번 참가자들이 멘토들과 만나서 많은 정보를 교환하는 프로그램) 그곳에서 아주 중요한 멘토를 2명 만났습니다.


1명은 Accenture 소속이지만 Best Buy에서 IT 매니저로 일하는 중국계 이민자였고, 다른 한명은 Accenture에서 Oracle DBA로서 오래 일하다가 최근 BC Hydro로 옮겨서 일하는 중국계 이민자였습니다. 이 두명은 이민 온지 모두 10년이 넘었고, 저와 동일한 경험을 했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게다가 1명은 정확히 같은 직종에 일하는 사람이고, 다른 한명은 IT 매니저(캐나다에서는 Manager가 자기 밑에서 일할사람을 직접 면접도 보고 뽑기도 합니다. HR 부서에는 보통 보고만 하거나 면접볼때 같이 참석시키는 방식이지요)였기때문에 제가 만들어간 이력서와 커버레터를 아주 세심하고 깔끔하게 고쳐주었습니다. 캐나다의 IT 회사에서 일하는 매니저들이 맘에 들어하는 용어 선택 및 스토리 선택 등이 아주 큰 부분이었지요.


특히 용어 선택과 스토리 선택은 아주 중요합니다. 한국말도 50년대에 유행했던 말과 현재 유행하는 말이 다르고 어감이 다르듯이 영어도 마찬가지로 시간이 가면서 천천히 변합니다. 한국에서 우리가 어렸을때 배운 영어는 현재 캐네디언들에겐 별로 와닿지 않은 말이 될 수도 있습니다. 별로 와닿지 않은 말로 이력서와 커버레터를 작성하면 아마도 HR 담당자는 처음 한줄만 보고 바로 다음 이력서로 Pass할지도 모릅니다. 인기가 좋은 회사의 HR 담당자의 경우 워낙 많은 이력서를 검토해야하기때문에 한 이력서당 검토하는 시간이 평균 2분 이내라고 합니다.


암튼 이렇게 만들어진 이력서와 커버레터를 가지고 정말 많은 곳에 면접을 봤었고, 지금 회사에 취업도 하게 되었습니다.

혹시 내 직종과 정확히 맞는 회사 10군데에 지원을 했는데 한군데도 연락이 오지 않는다면 내 이력서나 커버레터가 잘못된 것이 아닌지를 다시 한번 검토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 글에 계속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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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Steve 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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